미국 초등 공교육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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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다니는 학교 동네가 공립 학군 좋기로 이미 인정받는 곳인 것쯤은 알았지만 요즘 부쩍 일반 공립학교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학습 훈련시키는 것으로 인해 아이들만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인 엄마들 사이에도 불만이 쌓이고 있다.
내 아들의 담임은 재작년에 인근 최고 수준의 초등학교에서 초빙해온 선생님으로 공부를 빈틈없이 잘 가르치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과제물이 무척 많다. 그래서 최근 나 역시 결국은 수업의 빠른 진도와 학습과 다량의 과제물, 그리고 높은 난이도의 테스트 문제를 보면서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수학 교과서에서 입체도형 체적 구하는 문제로 두세번 꼬아서 어렵게 낸 테스트한 결과를 보고 기겁을 했는데,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덧셈뺄셈에서 곱셈을 건너 띄고 도형으로 넘어간 것이었다.
다양한 평면 도형에 대한 이해도 정확히 하지 못한 것 같은데 한달만에 입체 도형 체적까지 끝을 낸 것에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이 같은 빠른 진도도 문제이지만 가장 심각해 보인 것은 아이들이 마지막 시험에서 거의 50점 수준이고, 잘하는 아이들도 70점대였던 것이다. 입체도형에 관련된 어려운 두 세 문제를 풀지 못한 결과였다. 게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였을지라도 앞서서 곱셈의 기본 원리를 충분히 훈련받았다면 상위권 학생들은 웬만큼 풀어냈을 법한 문제였다는 점에서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니 수학뿐 아니라 사회와 과학도 쉬운 단원은 건너 띄고 어려운 부분을 먼저 가르치고 과제물이나 시험이나 모두 수준이 높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 아들은 매번 과제물이나 시험 채점 결과가 아주 우수해서 매번 그냥 지나치다가 지난 마지막 수학 시험 성적의 70점을 보고 이렇게 뒤늦게 놀라 알아챈 것이다.
반면, 다른 엄마들은 2학년때까지는 무난하게 성적이 좋았던 아이들이 3학년이 되어서 갑자기 B에서 C, 심지어 D까지 받아오자 그동안 불만이 꽤 많이 쌓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대체 담임은 왜 이렇게 가르치시는걸까?!
그래서 자세히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를 1년 내에 끝내기엔 양이 많아, (혹은 수업시간이 부족해서) 우리 담임 선생님은 어려운 부분부터 먼저 가르쳐 끝내고 쉬운 부분을 학년 말에 가르쳐 마무리 짓기 위해서 이 같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 다른 선생님들은 거의 모든 과목들을 다 끝내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공교육 과정의 분량과 수업 일수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실제로 미국 경제 불황은 수업 일수를 줄어들게 했다.
또한 나이 많은 몇 선생님들은 난이도가 있는 수업 내용을 잘 소화해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답안지가 없으면 바로 계산해서 답을 낼 수 없을 정도인 선생들도 있다.(하지만, 경력상 결코 해고당할 일 없는 선생님들이기도 하다.)
암튼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 속에서 지금 담임의 출중함은 더욱 드러난다.수업만이 아니라 과제물이 다른 반보다 7배 정도로 많고 시험도 자주 본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다른 반은 하루에 2페이지 정도의 쉬운 문제 풀이 과제만 주는 반면, 이 선생님은 하루에 10페이지 정도에, 절반은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준다. 프로젝트에 가까운 많은 분량의 과제물도 2주에 한번씩은 주어지니 양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리고 학기 초나 지금이나 언제나 아이들 과제물에 대해 엄격하게 대한다.
소위 이런 명성으로 이미 공부 열성파인 중국계와 한국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선생님이다. 그래서 미리 REQUEST를 해 놓고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다.
그런데 정작 이런 교육 과정 가운데 점수가 안좋아진 아이들의 엄마들은 오히려 불만이 커졌다. 그 불만의 배경엔 무엇보다도 미국 초등학교 3학년이라면 무난하게 B 이상의 점수를 받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믿음?! 또는 기대감이 있다.
게다가, 특별히 이 열성 엄마들의 기대감엔 빈틈없이 잘 가르치는 선생님 덕분에 다른 반보다 자기 아이들은 더 공부를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고 본다. 그런데 오히려 자기 아이가 다른 반보다 성적이 훨씬 떨어진 결과를 보았으니 이 엄마들에겐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나 역시 충분히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내 아들도 똑같이 성적이 안좋았다면 일단 담임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부터 들기 쉬운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아들만큼은 점수가 좋아서 일단 안심하고 한번 더 담임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는 여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 역시 담임에 대한 불신이 들곤 했다.
매번 아이들에게 엄격한 태도나 지나쳐 보일 정도로 빠른 학습지도, 아이가 힘들어하고 학교가 싫어질 정도로 과다한 과제물에 고난이도의 시험 문제까지 모두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한참을 고민했다. 깊은 생각을 하고 또 했다. 특히 수학의 경우 선행 학습이 과연 좋은 것일까에 대한 회의는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은 담임을 신뢰하고 순응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설득해서 바뀔 담임도 아니었고,
어차피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원했던 나 역시 이제 와서 다른 말 하는 것도 비상식적이고, 이 상황에선 오히려 내가 아이를 도우며 수업 진도에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사실, 자기 아이 성적이 심하게 나빠졌다고 하는 다른 엄마들을 보니 과제물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적이 많았고,심지어 부모의 도움이 절대로 필요해 보이는 프로젝트나 하물며 한동안 매주마다 있었던 테스트들에도 무관심한 경우들을 보였다.
반면, 나는 테스트만큼은 정도에 따라 하루 전, 혹은 일주일 전에 교과 내용을 미리 아들에게 체크하게 했다.
아이가 사회 과목에서 역사는 재밌어하고 쉽게 이해해도,정치 부분을 어려워할 때는 이 부분을 함께 공부하며 질문도 했다.그리고 선생님이 미리 테스트 일주일 전에 집에서 공부시키라고 프린트물을 주기도 했다.
수학 자료가 없었던 점은 아쉬웠지만, 사회와 과학만큼은 선생님이 미리 이런 프린트물을 주어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뒤늦게 생각해보니 진도를 건너 띄어 미리 배운 어려운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주셨으니 선생님에 대해 불평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오히려 참 위대한 선생님이라 생각되고 그래서 더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 아들 반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는 중국계 여학생인데 엄마뿐 아니라 아빠가 매번 새로 배운 내용에 대해 가르쳐준다고 한다. 사실 그 엄마는 킨더 때부터 학교에 자원봉사로 일주일에 두세번 이상 나오 정도로 열심이다. 그런데 그만큼 집에서도 아이에게 신경 쓰며 잘 관리해준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는데, 그만큼 아이 성적이 좋은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 아이에 비해 내 아들이 얼마나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오히려 중간 성적에서 모두 A를 받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내가 도와준 부분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만 점검해 주어도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결국 아이 성적은 선생님만큼 학부모 영향이 매우 큰 셈이다.
그런데 학부모의 도움의 필요성은 더더욱 커져갈 것 같다. 왜냐하면, 이 학교에서 점점 학습 수준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수학을 수준별로 그룹을 나누어 가르치기 시작했고 문제 난이도 또한 높아졌다. 내 아들이 최고 레벨의 수학 그룹에 들어가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일반 공교육 수준을 넘어선 문제를 풀게 하고 있다. 그리고 내 아들 말에 의하면 그 레벨의 아이들도 이 문제들을 30% 정도만 소화해내는 것 같다.
선생님이 매번 테스트 결과를 아이들에게 밝히는데, 스무명 정도의 정원에서 매번 다 맞은 아이들은 매번 3명 정도, 2-3개까지는 5-6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 환경에 대해 무난히 잘 따라가는 아이들에겐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아이와 학부모들의 불만은 결코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불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미국 공교육의 환경적 상황이 달라지고, 그래서 공교육 기준이 달라지고 시스템이 달라졌다면, 이젠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막연한 기대감도 달라져야 할 때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미국 공교육의 환경적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은 불경기로 인해 학교 정부 지원 재정도 줄었고 그만큼 교사도 줄었을 뿐 아니라 수업 일수도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두번째, 공교육의 기준점과 시스템의 변화는 일단 점점 전문 지식과 정보력이 우선시 되는 학습에 초점이 맞추어졌고 그래서 그 시스템도 상위권 학생들에 대한 관리가 더 강해졌다는 점에서 달라 보인다.
오바마가 공교육에 대해 대선때부터 시종일관 강조한 것은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 관점 때문에 최근 공교육이 변화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 자체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타문화권의 교육열이 주는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본다.
미국 인구를 대다수 차지하는 백인이나 흑인, 히스패닉보다 교육을 더 중시 여기는 것은 오히려 타인종이고 그만큼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 또한 이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력 있는 관점이라고 본다.
세번째, 그렇다면 결국 이런 변화를 가지게 된 공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은 막연하게 낙관적이었던 기대감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즉, 현실적으로 공교육의 힘만으로는 아이에게 교과서 하나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면 결국 학부모가 초등학생일수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초등학교 지식만 튼튼해도 웬만한 상식 수준은 된다. 그만큼 교과서를 참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과서 안에 지식이 많다기 보다는 교과서를 통해 아이가 충분히 다양한 상식과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훌륭한 도구로서 잘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교과서를 학교에서조차 더 이상 제대로 학습시킬 수 없다면?! 오바마의 주장대로 공교육 지원금을 삭감하지 않았더라면 교육 환경이 여러모로 나았겠지만 교사가 줄고 수업일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어려서부터 학업 수준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아이에게 장래에 미칠 정도로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미국의 가까운 미래에 미칠 위기이기도 하다.그래서 더더욱 이 시점에선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방법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여전히 공교육에 대한 기대감조차 막연하다면…우린 알게 모르게 여러 아이들을 훌륭한 공교육의 지식에서 더 멀어지게만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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